이집트 & 메소포타미아 건축

페르시아 제국의 건축 기술, 페르세폴리스의 기둥과 궁전 설계

info-note-1 2025. 2. 20. 23:59

고대 문명 중에서도 페르시아 제국(아케메네스 왕조, 기원전 550~330년)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와 정교한 행정 시스템으로 유명했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건축 기술이었다. 페르시아 왕들은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위엄과 권력을 상징하는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그중에서도 "페르세폴리스(Persepolis)"는 당시 페르시아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시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거대한 기둥과 웅장한 궁전 터를 보면 2,500년 전의 영광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다른 문명의 유적들은 대부분 붕괴된 반면, 왜 페르세폴리스는 여전히 견고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까? 오늘은 페르세폴리스의 기둥과 궁전 설계에 숨겨진 건축 기술을 현대 건축과 비교하며 살펴보려 한다.

 
페르시아 제국의 건축 기술, 페르세폴리스의 기둥과 궁전 설계

페르세폴리스의 건축 설계, 왜 이곳에 지어졌을까?

페르세폴리스는 오늘날 이란 남서부, 자그로스 산맥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도는 평지에 세워지는 경우가 많지만, 페르시아 왕들은 왜 험준한 산맥 지대에 이 도시를 건설했을까?

첫째, 방어를 고려한 전략적 위치였다.
페르세폴리스는 해발 1,8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해 외부의 침입이 어려웠다. 적이 공격하려면 험난한 지형을 넘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방어선이 형성되었다. 또한 도시 자체가 높은 석재 기반 위에 지어져 있어, 주변 지형을 활용한 자연 요새 역할을 했다.

둘째, 지반의 안정성을 고려했다.
당시 건축가들은 도시를 건설하기 전, 석재를 이용해 지반을 다지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단단한 암반층 위에 건물을 세우면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건축에서도 초고층 빌딩을 짓기 전 지반을 단단히 다지는 작업인  파일 공법을 활용하는데, 페르세폴리스에서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되었다.

셋째,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페르세폴리스는 단순한 수도가 아니라, 왕실 의식과 대규모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었다. 제국 전역에서 온 사절단들이 이곳을 방문해 조공을 바쳤으며, 이 과정에서 궁전의 웅장함은 왕의 위엄을 강조하는 역할을 했다.


페르세폴리스의 기둥,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예술과 기술의 결정체

페르세폴리스를 대표하는 건축 요소는 단연 "기둥"이다. 현재 남아 있는 유적만 보더라도 그 크기와 정교함이 압도적인데, 당시 건축가들은 단순한 지지 구조물이 아니라, 기둥 자체를 상징적이고 기능적인 요소로 활용했다.

 

1)이집트·그리스와 다른 독창적인 기둥 디자인

 

이집트의 기둥은 신전의 웅장함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고, 그리스의 기둥(도리아식, 이오니아식)은 심플한 미적 균형을 유지했다. 하지만 페르세폴리스의 기둥은 머리 부분에 황소, 독수리, 사자 같은 동물 조각이 새겨져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런 조각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페르시아 왕권과 신성함을 상징하는 요소였다. 황소는 강한 힘을, 독수리는 하늘의 권위를, 사자는 왕의 용맹함을 의미했다.

 

2)재료의 다양성을 활용한 건축 기법

 

대부분의 고대 건축물은 석재를 주로 사용했지만, 페르세폴리스의 기둥은 석재뿐만 아니라 목재와 벽돌을 조합하여 제작되었다.

  • 삼나무, 참나무 같은 고급 목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면서도 튼튼한 구조를 유지했다.
  • 기둥 상부는 목재로 제작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 이런 방식은 오늘날 내진 건축에서 사용하는 진동 흡수 시스템과 유사한 원리다.

3)내진 설계를 고려한 구조적 특징

 

페르세폴리스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기둥들은 여전히 견고하게 남아 있다. 이는 지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둥의 하부와 상부를 서로 다른 재료(석재+목재)로 결합한 방식 덕분이다. 현대 건축에서도 내진 설계를 위해 철근과 콘크리트를 조합하는 것과 유사하다.

 

페르세폴리스 궁전의 구조, 웅장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페르세폴리스에는 여러 궁전이 존재했지만, 그중에서도 "아파다나(Apadana) 궁전"이 가장 유명하다. 이 궁전은 외국 사절단을 맞이하는 공식 행사장이었으며, 20m가 넘는 거대한 기둥 72개가 세워져 있었다.

 

아파다나 궁전의 특징

  • 기둥 사이의 넓은 개방형 구조 덕분에 자연 채광이 용이했다.
  • 궁전 내부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단열 구조가 적용되었다.
  • 외벽에는 페르시아 군대와 사절단의 행렬이 새겨진 정교한 부조(조각)가 장식되어 있었다.

또한, 페르세폴리스는 뛰어난 배수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순한 배수로가 아니라, 빗물을 저장하고 재활용하는 기능까지 수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현대 사막 지역에서 사용되는 수자원 재활용 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이다.


페르세폴리스의 건축 기술이 현대 건축에 주는 교훈

페르세폴리스의 건축 기술은 단순한 고대 유산이 아니라, 현대 건축에서도 참고할 가치가 높은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 내진 설계 - 기둥의 재료 조합 방식은 현대 초고층 빌딩에서도 활용된다.
  • 환경을 고려한 건축 - 자연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하는 설계 방식은 친환경 건축의 기본 원리다.
  • 예술과 건축의 융합 -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기둥과 벽면에 스토리를 담아내는 기법은 오늘날 박물관, 공공 건축물에도 적용된다.

고대 페르시아 건축가들이 남긴 이 위대한 건축 기술은, 단순한 유적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건축 설계의 영감을 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인상적인 고대 건축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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