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온라인 계정 처리

구글 계정을 남기고 떠난 삼촌, 가족은 끝내 접근하지 못했다

info-note-1 2025. 5. 29. 12:55

삼촌의 죽음을 계기로 디지털 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를 활용해 가족에게 안전하게 데이터를 넘기는 방법을 직접 설정해봤습니다.

1. 사망자 구글 계정, 가족도 접근할 수 없었다

작년 겨울, 내가 평소 의지하던 삼촌이 뇌출혈로 인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평소 건강했던 삼촌이었기에 우리 가족은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장례를 치르고 겨우 마음을 추스른 뒤 우리 가족은 삼촌이 남긴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리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삼촌이 생전에 사용하던 노트북에는 계정이 그대로 로그인된 상태였지만,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가족 중 아무도 삼촌의 계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삼촌의 구글 계정 안에는 가족 사진과 사업 관련된 문서들 그리고 중요한 연락처까지 모두 담겨 있었다. 

나는 삼촌과의 추억이 담긴 내용들을 보기위해 계정을 어떻게든 복구하고 싶었고, 결국 구글 고객센터에 직접 문의했다. 하지만 고객센터 측에서는 바로 계정을 열어주지 않았고 삼촌의 사망신고서 등 여러가지 서류를 요구해서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더 황당했던 점은 모든 서류를 준비했는데도 결국 받은 답은 '계정의 소유자가 아니면 열 수 없다' 는 냉정한 답변이었다.

사망자의 가족으로서 당연히 계정을 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결국 삼촌이 남긴 디지털 기록은 가족 누구도 다시 열어볼 수 없게 되었다. 이 일을 겪게 되니 디지털 자산도 생전에 준비가 필요하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않으면 남겨진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된다는 것도 말이다.  

 

구글 계정을 남기고 떠난 삼촌, 가족은 끝내 접근하지 못했다

2.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를 이용해 디지털 유언장 남기는 법

나는 삼촌의 일을 겪은 후 구글의 Inactive Account Manager 라는 기능을 알게 되었다. 이 기능은 구글에 한동안 접속하지 않으면 계정을 자동으로 비활성화로 간주하고,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자료를 넘겨주거나 계정을 삭제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이 기능이 단순한 기술적 설정이 아니라 디지털 유언장처럼 느껴졌다. 사망 이후에 가족이 계정을 정리하려면 구글 고객센터에 복잡한 요청을 해야 하지만, 이 기능은 생전에 내가 직접 선택하고 정리할수 있다.

설정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넘길 것인가?'였다.

나는 로그인하지 않은 상태가 몇달간 이어졌을 때 계정을 비활성화 처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믿을 수 있는 가족 두 사람을 선택했다. 구글에서는 최대 10명까지 지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지정한 사람에게 전달할 데이터도 고를 수 있었다. 나는 지메일과 드라이브, 구글 포토만 공유하도록 선택했고 나머지 서비스는 선택하지 않았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전달된 뒤 계정을 완전히 삭제할지 여부를 정하는 항목이 있었는데 나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나중에 가족의 추억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계정을 남겨두기로 했다.

만약 삼촌이 생전에 이 기능을 설정해두었다면, 가족들이 사진 한 장이라도 다시 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3. 내가 직접 설정한 실제 과정 (Inactive Account Manager 설정 실제 후기)

삼촌의 일을 직접 겪은 후, 나 역시 언젠가 내 구글 계정을 누군가는 대신 정리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전에 내가 스스로 계정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계정 정리는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구글에 먼저 로그인을 했고, 설정 메뉴를 살펴보던 중 우연히 Inactive Account Manager를 발견하게 되었다. 

'시작하기' 버튼을 눌렀을 땐 솔직히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설정 항목이 하나둘 나와서 천천히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로그인 없는 비활성화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가족들이 계정을 정리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로그인 없는 유예 기간을 6개월로 정했다.

중간에 연락처 입력이 필요하길래 평소 내가 사용하던 핸드폰 번호와 이메일을 입력했다. 

설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부분은, 내 데이터를 어떤 사람에게 맡길지 결정하는 일이었다. 나는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믿을수 있는 남편과 여동생을 입력했다. 데이터를 전부 넘기는 것은 좀 부담이 되어서 공유 항목은 Gmail, 드라이브, 포토 정도만 체크했다.

마지막에 '계정을 삭제할지, 그대로 둘지?' 묻는 화면이 나왔는데 고민하다가 그냥 남겨두기로 결정했다. 다 삭제되어 버리는 것보다 아이들이 나중에 엄마와의 추억을 한 번쯤 열어볼 수 있도록 남겨두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정을 모두 마친 뒤에는 생각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단순한 과정이지만 스스로 정리했다는 안도감도 같이 들었다.

4. 디지털 유산 정리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결국 우리는 돌아가신 삼촌의 계정을 열 수 없었다. 삼촌의 사진과 메일 그리고 기록은 모두 구글 서버 어딘가에 남았지만 우리 가족은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

지금처럼 모든 기록이 디지털로 남는 시대에는 물리적인 유산만으로는 삶의 흔적을 온전히 남길 수 없다. 내가 평소 사용하는 이메일과 사진 그리고 문서들은 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잠긴 파일이 될 수 있다.

구글 Inactive Account Manager 기능은 그 벽을 미리 허물 수 있도록 돕는다. 1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설정이지만 그 설정의 의미는 나와 내 소중한 가족에게 매우 크다. 그것은 내 마지막 흔적을 스스로 마무리하는 행동이자 남겨진 가족들을 위한 배려이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본인의 구글 계정을 한번쯤 점검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유산을 살아 있을 때 스스로 정리해두는 일은, 결국 가족에게 남기는 가장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인 배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