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생전 정리

삼촌의 계정이 남긴 것들, 끝내 유언장에 담기지 않은 디지털 자산들

info-note-1 2025. 6. 13. 14:45

삼촌의 죽음의 계기로 디지털 자산 정리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유언장에 포함해야 할 계정과 정리 방법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합니다.

1. 삼촌이 세상을 떠난 후 남긴 계정들, 정리하지 못한 기록들

작년 겨울, 삼촌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뒤로 우리 가족은 마음을 추스리며 삼촌의 물건들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삼촌이 자주 사용하던 노트북 안에는 수십 개의 온라인 계정과 디지털 자료들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계정은 로그인조차 되지 않아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시작해야 할지 우리 가족은 답답함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삼촌의 이메일부터 클라우드 사진, 암호화폐 지갑까지 모든 게 잠겨 있어서, 그 안에 뭐가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중에는 삼촌이 생전에 사용하던 SNS 계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며 현실의 물건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에 남겨진 기록들도 유산이 될 수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관련글 보기 : 구글 계정을 남기고 떠난 삼촌, 가족은 끝내 접근하기 못했다

이 글은 가족들이 고인의 계정을 정리하려다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삼촌의 계정이 남긴 것들, 끝내 유언장에 담기지 않은 디지털 자산들

 

2. 정작 유언장에 잘 안 담기는 디지털 자산들

삼촌의 유언장에는 예상대로 집, 통장, 보험 같은 전통적인 자산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씩 삼촌의 디지털 흔적들을 마주하면서,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구글 계정이나 유튜브 채널, 암호화폐 같은 것들은 왜 아무 말도 없이 남겨졌을까? 그 계정들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고, 그것들이 상속 대상이 되는지조차도 알기 어려웠다.

사실 요즘에는 우리 삶이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이메일,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 암호화폐 지갑, 수익을 내고 있던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 심지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 계정까지 이런 것들은 모두 고인의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다.

삼촌의 일을 겪고 나서야 나는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떠올리게 됐다.
"유언장을 쓸 때 디지털 자산은 자주 빠지는데, 과연 우리는 그걸 얼마나 잘 챙기고 있을까?"

관련글 보기 : 디지털 유산, 상속은 된다지만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간다

디지털 자산은 분명 상속이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막상 정리를 해보니 현실은 전혀 달랐다. 그때 겪은 문제들을 솔직하게 담아봤다.

3. 디지털 자산, 유언장에 남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삼촌의 계정을 살릴 수 없었던 일을 겪고 나니 '나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 생긴다면, 내가 쓰던 계정들은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내 디지털 자산을 하나씩 정리해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내가 자주 쓰는 계정들을 목록으로 적는 것이었다. 이메일, 클라우드, 암호화폐 지갑, 유튜브 채널, 금융 관련 서비스 등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항목들을 빠짐없이 정리했다.

그다음에, 나의 이 정보들을 어떻게 가족들에게 안전하게 전달할지 고민했다. 나는 직접 비밀번호를 유언장에 적는 것은 보안상 위험하다고 생각되어 USB에 정보를 따로 정리해 보관하고, 그 위치만 유언장에 간단히 남겨두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도 현재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계정들은 보안이 특히 중요하다. 그래서 복구 코드나 개인 키는 평소 쓰는 계정들과는 따로 정리해 두고, 더 신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또한 각 계정들을 나중에 삭제할지, 아니면 그대로 유지할지도함께 정리해 두었다.

가장 고민이 되었던 건, 내 정보가 너무 쉽게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가족이 꼭 필요할 때는 열 수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결국 구글 계정에 있는 '비활성 계정 관리자' 기능을 설정해 두기로 했다 . 이 기능은 일정 기간 동안 내 활동이 없으면, 미리 지정한 가족이 내 계정을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참고: 돌아가신 삼촌의 SNS를 정리하며 깨달은 디지털 유산의 진짜 의미

이 글은 SNS나 이메일 같은 계정도 미리 정리하지 않으면 나중엔 그대로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 법을 기다리기 보다는 내가 살아있을 때 준비해야 한다

삼촌의 계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법이 정비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준비하는 게 훨신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도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이 하나둘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하기는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결국 나는 법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준비해두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먼저 유언장에 '디지털 자산'이라는 항목을 새로 만들어 별도로 정리했다. 또한 중요한 계정 리스트와 USB 파일은 내가 제일 믿을 수 있는 남편에게만 공유했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라, 내가 떠난 뒤 사랑하는 내 가족이 덜 혼란스럽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일이었다.

처음엔 그저 '계정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디지털 자산도 결국은 다른 유산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리 소중한 디지털 자산이라도, 남겨진 사람들이 그걸 열 수 없다면 결국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산이라는 건,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해졌을 때 비로소 진짜 가치가 생긴다.

이 글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느낀 건 무언가를 남긴다는 건 그냥 두고 가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그걸 제대로 받아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