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삼촌의 SNS를 정리하며 깨달은 디지털 유산의 진짜 의미
돌아가신 삼촌의 SNS를 정리하면서 마주한 디지털 유산의 현실을 개념부터 준비 방법까지 제가 직접 느낀 경험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1. 삼촌이 떠난 뒤 남겨진 디지털 계정들, 유족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작년 겨울, 갑작스러운 사고로 내가 믿고 따르던 삼촌이 돌아가셨다. 슬픔도 잠시, 우리 가족은 삼촌의 장례식을 치른 후 예상치 못한 문제 때문에 애를 먹어야 했다. 바로 삼촌이 살아 생전에 사용했던 이메일과 구글 계정, 유튜브 채널, 카카오톡과 같은 온라인 계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사망자 계정 삭제는 단순히 버튼 하나만 눌러서는 해결되지 않았다. 나는 계정 삭제 절차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삼촌의 계정은 그대로 남아있었지만 로그인을 할 수 없었고, 그 안에 담긴 사진들과 기록들은 우리 가족 중 누구도 확인할 수 없었다. 사망자 구글 계정은 보안상 아무런 안내 없이 접근할 수 없었고, 우리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 상황이 참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나는 이번에 삼촌의 일을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 디지털 유산 처리 방법이라는 건, 막연히 뉴스에서만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결국 내가 직접 겪게 될 문제라는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예전에는 유산이라고 하면 집이나 땅 그리고 돈 같은 눈에 보이는 것들만 떠올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수많은 자산이 남겨진다. 요즘에는 이메일, SNS, 블로그, 클라우드에 쌓인 사진들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까지도 디지털 자산 상속의 범주에 포함된다. 우리 삼촌처럼 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남겨진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는 지금도 참 막막하다. 분명 정리는 필요하지만 정작 유족들이 참고할 만한 시스템과 안내가 부족해서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2. 계정을 정리하지 않았을 때 생긴 예기치 못한 상황들
삼촌의 계정을 정리하면서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은 해킹과 관련된 보안 문제였다. 만약 누군가가 삼촌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을 해킹한다면? 또 그걸 사칭해서 지인들에게 사기를 치거나, 돌아가신 삼촌의 정보를 악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다. 실제로 요즘에는 사망 후 계정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해킹 피해나 피싱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 하나 고민이 되었던 점은, 삼촌의 계정 안에 있는 사진이나 개인적인 기록들을 우리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는 점이었다. 어떤 걸 지우고, 어떤 걸 남겨둬야 하는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가족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운 문제였고, 정해진 기준이 없이 계정을 정리하다 보면 실수도 쉽게 생길 수 있을것 같았다. 온라인 유산 정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가볍게 다룰수 있는게 아니라고 느꼈다.
3. 혹시 모르니까 지금 해두는 사망자 계정 정리와 준비
삼촌의 일을 계기로 내 계정들도 하나씩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아직 젊기는 하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내가 사용 중인 이메일, SNS, 클라우드, 블로그, 유료 구독중인 온라인 서비스 등에서 어떤 정보가 남아있는지 살펴보았다. 디지털 유산 처리 방법을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결국 남은 가족들을 위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계정 정리를 하다가 알게 됐는데, 구글엔 내가 오랫동안 로그인하지 않으면 미리 지정해둔 사람이 내 계정에 들어갈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이런 기능을 구글에서는 Inactive account manager 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애플에도 '디지털 유산 연락처'라는 기능이 있어서, 구글처럼 계정에 대한 사후 접근을 미리 설정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나는 돌아가신 삼촌의 계정을 정리하면서 이런 준비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런 기능들을 미리 설정해놓기만 해도 남겨진 가족들이 겪게 될 혼란을 크게 줄일 수가 있다. 사랑하는 내 가족들이 내가 죽은 후에 이런 문제까지 겪는다면 두 배로 더 슬플것 같으니 꼭 미리 설정해 놓아야 겠다.
4. 디지털 유산, 왜 미루지 말고 지금 정리해야 할까?
디지털 유산 정리는 무슨 셀럽이나 IT 전문가들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삼촌의 일을 겪어보니 누구에게나 필요한 일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메일부터 SNS까지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디지털 자산이 차곡차고 쌓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젊어서 아직 괜찮아' 또는 '내가 죽고 나면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온라인 유산 정리를 미루고 있다. 실제로도 우리 가족처럼 많은 유족들이 사망한 가족의 계정을 정리하며 혼란과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는 삼촌 일을 겪은 후 내 계정들을 하나씩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사진은 잃어버릴까봐 따로 저장해두고, 많은 개인 정보가 들어있는 구글 계정도 사전에 설정을 손보아 놓았다. 이런 준비들은 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내가 죽었을 때 나의 정보를 마주하게 될 소중한 가족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지금 10분만 투자해서 내 계정을 정리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내 디지털 흔적을 스스로 지킬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분명 느끼게 될 것이다.